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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힘 빠지고 걸음 느려진다면 '근감소증' 의심...낙상 막는 핵심 근육 4가지는?
노년기에 접어들어 걷기가 힘들어지면 일상의 풍경이 달라진다. 횡단보도를 건너다 신호가 바뀔까 마음 졸이고, 버스에서 내릴 때 기사님 눈치를 살피게 되고, 봄꽃 구경 한 번 나서는 것조차 망설여지게 된다. 그 배경에는 하나의 공통된 원인이 있다. 바로 '근육'의 약화다.
노년기 근육 감소는 단순한 체력 저하가 아니다. 근육이 줄어들수록 낙상 위험은 커지고, 한 번의 넘어짐이 골절과 입원으로 이어지면서 돌봄 의존도가 급격히 높아진다. 문제는 많은 이들이 기력이 빠지고 다리에 힘이 없어도 나이 탓으로 여기며 그냥 방치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근육이 비정상적으로 감소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상태는 자연스러운 노화 현상을 넘어 '근감소증'일 수 있다. 이에 근감소증의 정의와 원인, 주요 증상, 낙상 방지를 위해 반드시 키워야 할 근육, 그리고 오늘부터 바로 시작할 수 있는 실전 운동법까지 정형외과 신병준 교수(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와 함께 살펴본다.
근감소증, 노화 탓으로 넘기면 안 되는 이유는?
근감소증은 나이가 들면서 근육의 양, 근력, 근 기능이 복합적으로 감소해 걷거나 앉았다 일어나기 같은 일상적인 동작조차 어려워지는 질환이다. 2016년 who가 공식 질병 코드를 부여하면서 단순 노화 현상이 아닌 의학적으로 관리해야 할 질환으로 인정받았다. 문제는 근육 감소가 생각보다 일찍 시작된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근육은 50대 이후부터 연 1%씩 줄어들기 시작하며, 별다른 관리 없이 방치하면 시간이 갈수록 근력 저하 속도는 더욱 빨라진다. 특히 70대 이후에는 근력 감소가 뚜렷해지면서 낙상과 골절 위험도 함께 커진다.
신병준 교수는 "나이가 들수록 근육이 줄어드는 것은 통계적 사실이지만, 결국 본인이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며 "특히 노년기에 근육 감소로 인해 걷기가 힘들어지면 일상생활 자체가 힘들어지기 때문에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운동 부족 외에도 단백질 섭취 부족, 필수 아미노산의 흡수 저하 등이 근감소증을 촉진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또한 당뇨병·감염증·암 같은 급·만성 질환이나 척추 협착증 등 퇴행성 질환에 의해 이차적으로 발생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다리에 힘이 빠지고 걸음이 느려진다면...근감소증 증상과 자가 진단
근감소증의 대표적인 증상은 근력 저하와 하지 무력감으로 인한 신체 기능 저하다. 걸음이 느려지고, 물건을 들기 힘들어지며, 계단 오르기가 버거워진다. 근지구력이 떨어지면서 일상적인 동작조차 어려워지고, 점차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생활하기 힘든 상태로 이어지기도 한다.
병원에서는 악력 검사, 보행 속도 검사, 체성분(근골격량) 측정 등을 통해 진단한다. 집에서 간단히 확인해 볼 수 있는 자가 진단법도 있다. 줄자로 종아리의 가장 굵은 부분을 측정했을 때 남성 34cm, 여성 33cm 미만이거나, 의자에서 앉았다 일어서기를 5번 반복하는 데 12초 이상 걸린다면 근감소증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증상이 나타났을 때 단순히 노화로 여기고 방치하면, 더 큰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근력 떨어지면 '낙상' 주의...근감소증이 위험한 이유
근감소증은 낙상·보행장애·요실금·허약과 함께 '5대 노년 증후군' 중 하나다. 이들 증후군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어 하나가 나타나면 다른 문제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신병준 교수는 "근감소증으로 근력이 떨어지면 보행이 불안정해지고, 이는 낙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낙상은 골절과 입원, 수술로 이어지면서 노쇠 상태를 급격히 악화시키는 요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낙상 후 고관절 골절이 발생하면 수술이 필요할 정도로 심각하며, 1년 내 사망률이 10~20%에 달할 정도로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이러한 위험은 근육의 구조적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 근육은 크게 속근(速筋)과 지근(遲筋)으로 나뉜다. 속근은 순간적으로 강한 힘을 내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고, 지근은 장시간 움직임을 지속하도록 돕는다. 노화 과정에서는 속근이 먼저 줄어드는데, 이로 인해 순간적인 균형 회복 능력이 떨어지면서 낙상 위험이 커진다.
신 교수는 "낙상 방지와 보행 능력 유지를 위해 집중적으로 키워야 할 근육은 대퇴사두근, 대둔근, 비복근, 코어근육 네 가지"라고 강조했다. 대퇴사두근(허벅지 앞 근육)은 빠른 무릎 신전을, 대둔근(엉덩이 근육)은 고관절의 강한 신전을 담당하며, 비복근(종아리 근육)은 추진력을 만들어낸다. 코어 근육은 몸통 전체의 균형을 잡아주는 토대가 된다. 이 네 근육이 조화롭게 작동해야 안정적인 보행과 순간적인 균형 회복이 가능하다.
70대에 시작해도 늦지 않다...오늘부터 할 수 있는 실전 운동법
근감소증 예방과 치료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근력 운동과 유산소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다. 여기에 필수 아미노산을 포함한 단백질을 적당량 꾸준히 섭취하는 것이 더해져야 효과를 온전히 기대할 수 있다. 특히 60세 이상에서는 근육 감소로 보행 능력이 떨어질 수 있어 하체 근력 강화가 중요하다. 시니어에게 권장하는 대표적인 운동으로는 맨몸 스쿼트, 다리 뒤로 뻗기, 카프 레이즈(까치발 들기)가 있다. 맨몸 스쿼트는 대퇴사두근과 대둔근을, 다리 뒤로 뻗기는 대둔근을, 카프 레이즈는 비복근을 집중적으로 자극한다. 세 동작 모두 별도의 기구 없이 집에서 바로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신병준 교수는 "근육은 미리 쌓아둘수록 유리하기 때문에 젊을 때부터 운동 습관을 들이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면서도 "60~70대에 운동을 시작해도 근육은 충분히 증가할 수 있고, 삶의 질 역시 눈에 띄게 달라진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70세 이상에서 운동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거듭 강조했다. 근육은 나이와 관계없이 자극에 반응한다. 오늘 시작하는 작은 동작 하나가 앞으로의 보행 능력과 일상의 질을 바꿔놓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