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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석 환자 10만 명 시대..."치료 미루면 치명적 합병증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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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혈액 투석 환자 수가 10만 명을 돌파하며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고령화 추세와 더불어 신장 악화의 주원인인 당뇨병·고혈압 관리가 미흡했던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되는 가운데, 최근 2030 젊은 층에서도 대사 질환 방치로 인한 신장 기능 저하 사례가 늘고 있어 경각심이 요구된다. 문제는 신장이 기능이 심각하게 떨어질 때까지 뚜렷한 증상이 없는 '침묵의 장기'라는 점이다. 뒤늦게 상태가 악화돼 투석 진단을 받게 되더라도, 이를 '시한부 판정'처럼 여기며 두려움에 치료를 거부하거나 미루는 환자도 적지 않다.

내과 전문의 김채원 원장(연세숲내과)은 "적기에 투석을 받지 않고 방치할 경우, 체내 노폐물과 수분이 축적돼 심정지, 폐부종 등 생명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합병증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김 원장의 도움말을 토대로 혈액 투석의 정확한 원리와 고질적인 가려움증 대처법, 그리고 환자의 일상 회복을 돕는 최신 투석 치료법(hdf·hdx) 등을 종합적으로 짚어본다.

국내 투석 환자 유병률이 급증하는 원인은 무엇인가요?
환자 수가 많은 것도 문제지만, 증가 속도가 더 큰 문제입니다. 대한신장학회에 따르면 2010년 약 4만 명이었던 환자가 12년 만에 2.5배 늘어 10만 명이 되었습니다. 주된 원인은 투석에 이르게 하는 원인 질환, 즉 당뇨와 고혈압이 잘 조절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질환들은 지속적으로 미세혈관에 염증을 유발하는데, 신장이 바로 미세혈관으로 이루어진 장기입니다.

또한 초고령 사회 진입에 따른 고령화도 큰 원인입니다. 안타깝게도 신장은 간보다 더 증상이 없는 '침묵의 장기'라 환자들의 인식이 낮습니다. 국가 검진에 포함된 혈액 검사와 소변 검사만 잘 챙겨도 기본적인 모니터링이 가능합니다.

혈액 투석이 정확히 어떤 치료인지 쉽게 설명 부탁드립니다.
이해하기 쉽게 비유하자면, 혈액 투석은 투석 기계가 소변을 대신 봐주는 치료입니다. 노폐물이 가득한 혈액이 몸 밖으로 나와 혈액 투석 기계를 통해 깨끗하게 걸러진 뒤 다시 몸속으로 들어가는 정교한 과정입니다. 신장은 노폐물을 걸러 소변을 만드는 일 외에도 혈압 조절 호르몬 분비, 나트륨·칼륨 등 전해질과 산염기 대사 조절 등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투석은 우리 몸의 불필요한 노폐물(쓰레기)과 잉여 수분을 배출해 주는 역할을 대신합니다.

투석을 시작하면 '시한부'라는 인식이 있는데요.
그것은 투석의 본질과는 정반대의 인식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오히려 투석은 신장 기능을 대신해 생명을 지켜주는 고마운 존재거든요. 투석 치료가 개발되기 전에는 만성 콩팥병 환자들이 소변을 못 보니까 그냥 돌아가실 수밖에 없었습니다. 투석이라는 치료가 생긴 덕분에 삶이라는 선물을 하나 더 받게 된 거죠. 이러한 오해는 투석을 시작하는 시점이 대개 환자의 건강 상태가 가장 한계에 다다른 때와 맞물리기 때문에 발생합니다. 투석 치료 자체가 위험한 것이 아니라, 이미 진행된 심혈관 질환이나 뇌졸중 같은 동반 질환이 생명을 위협하는 것입니다.

대한신장학회 조사에서도 알 수 있듯, 투석 환자의 생존을 결정짓는 1순위 요인은 투석 자체의 부작용이 아닌 심혈관계 합병증입니다. 그래서 투석을 받는 중에도 당뇨와 고혈압을 철저히 관리하시는 게 매우 중요합니다.

신장이 망가지는 원인 1위가 당뇨병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혈당 관리 소홀이 신장 투석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궁금합니다.
고혈당이나 고혈압 상태는 초기 증상이 없어 방치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우리 몸은 정확해서 고혈당 상태가 지속되면 미세혈관에 병이 생기고 염증이 축적됩니다. 미세혈관으로 이루어진 주요 장기가 신장과 망막이므로, 조절되지 않은 당뇨 환자는 당뇨병성 망막병증과 신장병증을 함께 진단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아가 대혈관 질환까지 유발하며 결국 만성 콩팥병으로 진행될 수 있습니다.

요즘 30~40대 젊은 투석 환자도 늘고 있다고 하던데요. 원인이 뭔가요?
코로나 이후 이런 현상이 더 두드러지고 있어요. 현장에서 환자를 보다 보면, 20~30대부터 당뇨와 고혈압을 진단받는 분들이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실제로 30대 남성 환자 중에 혈압이 170~180인데도 고혈압 약을 거부하신 분이 있었어요. "30대인데 고혈압 약을 먹는 게 자존심 상한다"고 하셨죠. 또 많이들 하시는 말씀이 두 가지인데, 하나는 "고혈압, 당뇨약은 한 번 먹기 시작하면 평생 먹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고혈압약과 당뇨약도 약이니까 부작용이 있지 않겠냐"는 겁니다.

먼저 "평생 먹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드리자면,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식단 조절과 운동으로 생활 습관이 개선되면 약을 끊을 수도 있어요. 다만 20~30년간 굳어진 습관을 바꾸는 게 쉽지 않고, 이미 몸이 많이 망가진 경우에는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에, 약을 복용하면서 생활 습관도 함께 교정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전 세계 다국적 제약사들이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약을 개발하기 위해 수년에 걸쳐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이유는 단 하나, '확실한 효과'와 '안전성'을 증명하기 위해서입니다. 따라서 검증 과정을 거치지 않은 민간요법에 의존하기보다는 효과와 안정성을 인증받은 약물요법이 안전합니다. 스타틴 계열의 근육통 사례처럼 잘 알려진 부작용조차도 주치의와의 상담을 통해 충분히 관리가 가능한 영역이기 때문에 정석적인 치료를 받으시길 권합니다.

투석을 받지 않고 버티다 응급실에 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지나요?
투석을 미루다 응급실을 찾는 상황은 의학적으로 '생사의 기로'에 서 있는 초응급 상태입니다. 신장이 노폐물과 수분을 배출하지 못해 몸속에 독소가 쌓이면서 두 가지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첫째는 '고칼륨혈증'입니다. 배출되지 못한 칼륨이 혈액 내에 쌓이면 심장 근육에 악영향을 주어 예고 없는 부정맥이나 심정지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둘째는 '체액 과다' 문제입니다. 넘쳐나는 수분이 전신을 붓게 할 뿐만 아니라 폐나 심장 같은 주요 장기에 물이 차는 '폐부종'을 일으켜, 결국 극심한 호흡곤란으로 생명을 잃게 될 위험이 매우 큽니다.

투석 환자들이 가려움증으로 잠을 못 잘 정도라고 하던데, 왜 그런 건가요?
단순한 피부 건조증과는 다릅니다. 투석 환자는 요독과 '인(phosphorus)'이 잘 배출되지 않아 축적되는데, 이것이 피부밑에 침착되어 미세 신경을 자극합니다. 신경 자극에 의한 증상이다 보니 환자분들은 종종 "바늘로 찌르는 것 같다"고 표현할 정도로 고통이 심합니다. 이를 예방하려면 인이 많은 음식을 주의해야 합니다.

인이 많은 음식은 어떤 게 있고, 식단 관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대표적으로 유제품, 견과류, 잡곡류가 있습니다. 하지만 더 치명적인 이른바 '인 폭탄' 식품은 햄버거, 피자, 햄 같은 가공식품입니다. 식품 성분표에 '인산염'이라 적혀 있는 경우가 많아 가급적 원재료를 활용한 식사가 좋습니다. 다만, 제한식에 지쳐 식사를 거르시면 단백질 부족으로 근감소증이 올 수 있습니다. 골고루 섭취하시되 가공식품은 소량만 드시고, 식후에 처방받은 '인 결합제'를 반드시 복용하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려움증 예방을 위한 전반적인 대처법이 있다면요?
식단 관리, 약물 관리, 생활 요법 세 가지의 균형이 필요합니다. 한 끼에 인이 많은 음식을 몰아서 먹지 않도록 주의하고, 식후에는 인 약(인 결합제)을 잘 챙겨 드셔야 합니다. 의료진 상담 후 스테로이드나 타크로리무스 성분의 연고를 사용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생활 환경에서는 실내 온도 18~21도, 습도 40~60%를 유지하며, 미온수로 샤워 후 하루 2~3회 보습제를 바르고 순면 의류를 착용하는 것이 도움 됩니다.

매주 투석을 받는데도 노폐물이 쌓이는 이유가 뭔가요?
투석 환자의 잔존 신장 기능은 정상인의 10% 미만인 경우가 많습니다. 일주일에 3회, 1회당 4시간씩 총 12시간 표준 투석 치료를 받아도, 정상 신장 기능과 비교하면 약 18%의 효율을 내는 데 그칩니다. 따라서 투석을 받지 않는 날에는 잉여 수분과 인, 요독 같은 노폐물이 몸에 쌓일 수밖에 없습니다.

표준 혈액 투석으로 걸러내지 못하는 노폐물도 있나요?
표준 혈액 투석은 주로 '확산'의 원리를 이용해 작은 소분자 물질을 잘 제거합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가려움증 등을 유발하는 물질들은 입자가 다소 큰 '중분자 물질'인 경우가 많아 기존 방식으로는 제거에 한계가 있습니다. 이러한 중분자 물질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제거해 환자의 증상을 완화할 수 있는지가 최신 투석 기술 발전의 핵심입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hdf(온라인 혈액 투석 여과법)는 어떤 치료인가요?
hdf는 확산에 '대류'의 원리를 더해 중분자 물질을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혁신적인 치료법입니다. 2023년 유럽에서 1,36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 hdf 치료군이 표준 투석군 대비 생존율이 약 23% 향상된 것으로 입증되었습니다. 생존율뿐만 아니라 빈혈, 영양 상태, 사회 활동 참여 능력 등도 크게 개선되어 신장내과 분야에서 매우 주목받고 있습니다.

'확장 혈액 투석(hdx)'이라는 치료법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확장 혈액 투석(hdx)은 원리상으로는 기존과 같은 확산을 이용하지만, '미디엄 컷오프(medium cut-off)'라는 특수한 투석막을 사용한다는 점이 다릅니다. 이 특수 투석막은 소분자 물질은 물론 가려움증을 유발하는 중분자 물질까지 효과적으로 걸러낼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각종 합병증을 줄이고 환자의 전반적인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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